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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동사니

영화 "봄, 눈" 감독 김태균


[조형이만난사람]”감동의 원천은 진정성” <봄, 눈> 김태균 감독

”영화를 닮은 영화가 아니라 삶을 담을 영화 만들 것”
뉴스일자: 2012년04월06일 18시54분

대담 중인 김태균 감독


지난 3일 서울엔 벚꽃 대신 봄눈이 내렸다. 서울에서 4월에 눈이 내리긴 19년 만에 처음. 그렇게 봄눈이 날리는 가회동 찻집에서 <봄, 눈>의 김태균 감독을 만났다. 자신의 작품을 한편의 통속 영화라고 순순히 밝히면서도 다른 영화와는 ‘눈물의 질’이 다르다는 김태균 감독. 개봉을 앞둔 초보 감독으로선 긴장될 만도 한데, 사뭇 담담한 모습으로 시종일관 영화의 진정성을 강조했다. 설명 중에 철학 얘기가 나올 땐 다소 수줍은 눈빛까지 스치는 김태균 감독에게 ‘진정성이 갖는 힘’에 대해 들어봤다. 인터뷰와 사진은 본지 편집위원인 가람김성수 한국조형예술원(KIAD) 교수와 김석구 경향신문 부국장이 맡았다. (편집자 주)
 





김태균 감독은...
대학시절 단편영화 <이방인의 꿈>을 내놓으며 일찌감치 영화계에 입문한 김태균 감독은 97년 곽경택 감독의 <억수탕> 조감독을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영화판에 뛰어들었다. 이후 곽 감독의 <닥터.k>, 김성홍 감독의 영화 <세이 예스>의 조감독으로 맡았다. 자신의 단편 영화를 꾸준히 만들던 김 감독은 2010년 <자백>이 서울국제초단편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되는 등 주목을 받았다. 투병 끝에 세상을 떠난 가족의 얘기를 담은 첫 장편영화 <봄, 눈>이 이번 달 개봉을 앞두고 있다.


















 


배우 윤석화 씨와 김태균 감독 (사진제공 김태균 감독)



김성수 위원(이하 김 위원) :
<봄, 눈> 개봉을 앞두고 있는데, 감회가 어떻습니까?

김태균 감독(이하 김 감독) :
하고자 하는 일을 하는 데에 대한 성취감은 이전과는 다른 것 같습니다. 꾸준히 작업에 참여하면서 나도 ‘첫 작품을 찍으면 기분이 어떨까’ 궁금했어요. 지금은 영화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집중하고 있습니다. 이러다 보니 현재의 감흥이 사실 중요하지 않아요. 아직 작품이 완성되지 않았다고 봅니다. 작품은 관객들이 완성시키거든요. 아직 감흥을 느끼기엔 작업이 진행 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김 위원 : 윤석화 씨가 출연하면서 화제가 됐습니다. 윤석화 씨를 캐스팅하게 된 이유나 과정이 궁금합니다.
 
김 감독 : 윤석화 씨가 시나리오를 본지 이틀 만에 연락이 왔습니다. <봄, 눈>의 이야기가 사실 통속적이고 변별력이 크지 않습니다. 그런 한계에 대한 고민이 있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누구와 작업을 할 것이냐’가 중요한 문제였습니다. ‘어머니 역할을 많이 하던 다른 대중적인 배우들이 하면 평범한 드라마 밖에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래서 제작자에게 “윤석화가 아니면 영화를 안 찍겠다”고 그랬습니다. 어떻게 보면 예술적 직감이라고 할 수 있어요. 그런데 기적처럼 시나리오를 보여준 지 이틀 후에 윤석화 씨로부터 메일이 왔습니다. 그래서 바로 런던으로 가 만났습니다. 공항에 윤석화가 마중을 나왔었는데요, 윤석화 씨는 벌써 극 중 순옥이 되어 있더라고요. 일주일 동안이나 윤석화 씨가 친누나처럼 대해줬습니다. 부군과 함께 미술관 등에도 데려가 주고, 리딩 연습도 했습니다. 윤석화 씨의 작품 해석이 나와 거의 일치했어요. 영화를 찍으면서 윤석화 씨에게 감동하고 존경하게 됐습니다. 명품배우라는 말로는 표현이 안 되더라고요. 일주일 동안 런던에 머무르는 동안 윤석화 씨도 감독에 대해 검증을 했을 것입니다. 소통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사진제공 김태균 감독

 
김 위원 : 영화 감독 입장에서 자전적인 내용을 영화로 만드는 특별한 이유가 있습니까?

김 감독 : 내가 10남매 중 막내입니다. 우애가 좋은 편인데, 큰 누님과는 스물네 살 차이가 나요. 바로 그분의 이야기입니다. 스물네 살 많은 사람을 누나라고 부를 수 있는 경우는 별로 없을 겁니다. 나는 그분을 어머니처럼 느꼈어요. 몇해 전 갑자기 세상을 떠나셨고, 사랑하는 사람이 어느 순간 재가 되고 먼지가 된다는 게 슬펐어요. 이 이야기가 영화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무작정 시나리오를 썼습니다. 한 어머니가 가족과 함께 어떻게 이겨내고 어떻게 떠나는지에 대한 기록입니다. 가슴으로 썼어요. 가만히 보면 우리네 어머니들은 다들 이렇게 살아갑니다. 그런 얘기를 하고 싶었어요. 일반적인 어머니들의 삶이 통속적인 드라마의 삶과 많이 닮아 있어요. 또 자전적인 이야기다 보니 영화적인 테크닉을 많이 쓰지 않았어요. 머리를 쓰지 않고, 가슴으로 만든 이야기입니다.


김 위원 : <봄, 눈>을 통해서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무엇입니까?

김 감독 : 새벽에 첫차를 많이 탔었어요. 새벽에 마을버스 첫차를 타면, 배낭을 멘 어머니들이 탑니다. 산을 가기위해서는 아니더라고요. 일하러 가는 길입니다. 새벽부터 일상을 여는 어머니, 아버님들이 피곤에 지친 모습으로 보통 창밖을 보고 있는데, 그분들의 얼굴이 상당히 경건했어요. 표정 하나, 주름 하나가 ‘거룩하다’라고 표현할 수도 있을 겁니다. 우리는 어머님들의 희생을 먹고 자란 사람들입니다. 그분들에게 드리고 싶은 영화입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낸 경험과 기억이 사람마다 있죠. 이 영화를 통해 작게는 우리 가족이 치유되고, 그런 경험이 있는 사람에게 치유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죽음과 삶은 분명히 다릅니다. 삶의 일부이기도 한, ‘죽음 그 이후’를 말하고 싶었습니다.

 
작업 중인 배우 윤석화 씨와 김태균 감독 (사진제공 김태균 감독)


 
김 위원 : <봄, 눈>이라는 타이틀에서 그런 것들이 함축적으로 잘 녹아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시적인 제목을 택한 특별한 이유가 있습니까?

김 감독 : 오늘도 봄눈이 내렸죠. 제목에는 영화의 메타포가 담겨 있습니다. 보여주고자 하는 내용이 직접적으로 전달되는 제목은 아니지만, 관객들은 각자의 경험과 철학을 반영해 제목의 의미를 느낄 겁니다. 지금 내가 다 설명할 수도 있지만 그보다는 관객들이 느끼는 게 더 중요합니다.


김 위원 : 윤석화 씨를 비롯해 시나리오를 본 배우들이 하나같이 감동을 받았다고 했습니다.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영화의 힘은 어디에서 오는 것입니까?

김 감독 : 단호하게 ‘진실함’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통속적이기는 하지만 진실함이 관통하고 있기 때문에 그렇게 느껴지는 것 같아요. ‘눈물의 질’이란 게 있어요.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하는 눈물의 카타르시스 중에도 차이가 있어요. 어떤 영화를 보면 슬픈 것은 알겠는데, 다시 한번 생각하면 작위적이라고 느껴지는 것도 있습니다. 그런 부분을 최대한 배제했습니다. 모든 사람은 자기 삶을 반영해서 영화를 해석합니다. 감독은 영화를 통해 강요하는 것이 아닙니다. 기술 시사회에서 ‘영화가 끝났을 때 사람들이 소중한 가족을 생각할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감독 입장에선 소기의 성과를 달성했다는 생각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사진제공 김태균 감독


김 위원 :
하지만 <봄, 눈>은 한국 영화가 자주 쓰는 신파입니다. 한계도 있을 것 같습니다.

김 감독 :
<봄, 눈>이 통속적이지만 안을 채워나가는 방법은 다릅니다. 영화를 닮은 영화가 아니라 삶을 닮은 영화입니다. 진심, 진정성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기도 하죠. 지금까지 맛있기는 한데 인공조미료 같은 영화가 많았습니다. 이 영화는 담백하고 음미할 수 있습니다.
 

김 위원 : 진부한 질문이긴 하지만 감독님에게 영화는 어떤 의미입니까?

김 감독 : 영화는 소통의 도구입니다. 문제제기를 하고, 대중과 사회적으로 문화적으로 공유하고, 소통을 하는 것이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그 영화를 통해서 인간의 연민을 담을 수 있고, 세상에 대한 연민을 담을 수도 있고, 때로는 어떤 가치에 대해서 얘기할 수 있겠죠. 동시에 상업 영화로서의 고려도 하고 있습니다. 영화는 매체 특성상 산업적 측면과 문화적 측면이 모두 있어요. 영화를 만들고 난 뒤 또 다시 순환해서 다음 영화를 만들어야 합니다. 결국 공존하면서 발전할 수밖에 없어요. 실험적 영화에 치우친다거나. 관객들이 이해할 수 없는 영화를 만들 경우 자본에 대한 논리는 무너질 수도 있습니다. 영화가 가지는 두 가지 측면들이 조화를 이뤄야 합니다. 이래야만 다양한 영화들이 공존할 수 있습니다.


김태균 감독과 배우 임지규 씨 (사진제공 김태균 감독)


김 위원 : 최근 실화를 다룬 영화가 많습니다. 영화와 사회의 관계는 어떠해야 한다고 보십니까?

김 감독 : 실화가 갖는 진정성과 힘이 있습니다. 대중들이 감정을 이입하는 순간도 다릅니다. ‘삶이 드라마를 닮지 않았나’라고 생각합니다. 실제 있었던 일이라고 하면 대중들이 더 편하게 받아들이는 것 같아요. 실화가 영화의 소재로 많이 사용되는 것은 현재 우리 사회가 가지는 특성일 수도 있어요. 영화는 항상 시대를 반영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SF영화를 만들어도 현대인의 마음을 읽어내야 합니다. 영화는 그 사회의 무의식적인 욕망을 반영하고 있어야 합니다. 크리스티앙 메츠는 “사회적인 욕망을 잘 반영하면 할수록 대중과 소통하는 영화가 된다”라고 말합니다. 짓눌려 있는 이 사회의 욕망들이 블랙 코미디로 드러나면서 확장된 것 같아요. 물론 <봄, 눈>은 지극히 개인적인 얘기죠. 하지만 개인에게 잠재돼 있는 보편적인 얘기입니다. 항상 시대를 반영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대담 중인 김태균 감독, 오른 쪽은 가람김성수 편집위원



정리 : 박동희 기자

이 뉴스클리핑은 http://furniterior.com에서 발췌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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